'고도원의 아침편지'에 해당하는 궁시렁 2

  1. 2009.07.18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19
  2. 2008.09.19 독서, 밑줄, 그리고 참을 수 없는 것 10
눈에서 멀어진다고 해서 마음도 멀어지는 것은 참사랑이 아니다.
참사랑이라면 눈에서 멀어질수록 마음은 그만큼 더 가까워져야 할 것이다.
눈에서 멀어졌다고 마음까지 멀어지는 것은 참우정이 아니다.
참우정이라면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은 그만큼 더 가까워져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 최인호의 《산중일기》중에서 -


* 사랑은 '눈을 뜨는' 훈련입니다. 육체의 눈이 아닌 마음의 눈!
마음의 눈이 밝아야 사랑도, 우정도 깊어집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마음의 눈이 더 활짝 떠져서
더 가까이 더 잘 보이는 관계가 진정한 참사랑, 참우정의 모습입니다.

어제 배달된 고도원의 아침편지. 매달 후원금(얼마 안 됨 ㅎ)이 자동이체로 퐁당퐁당 빠져나가는데도 편지함에는 250통이 넘도록 안 읽고 쌓여 있는데... -_-; 바로 어제 옆구리를 푹 찌르는 내용이 도착해 있었구나.

Out of sight, out of mind가 날이 갈수록 위력을 발휘하는 내 모습에도 반성을- oTL
책을 읽을 때 밑줄을 그어가며 읽는 부류가 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운영하는 고도원님도 그 중 한 명이다. 200만명의 아침을 여는 고도원의 아침편지는 그가 평소 책을 읽다가 밑줄을 그었던 좋은 글귀에서 끊임 없이 솟아나는 것이다. 이 방법을 널리 알리기 위해 책 읽고 밑줄 긋기 대회도 열린다.

책은 어떤 책을, 어떻게 읽느냐가 중요합니다. 그 방법의 하나가 책을 읽고 밑줄을 긋는 것입니다. 깊은 뜻과 감동, 영혼을 울리는 글을 놓치지 않고 밑줄을 그어 놓으면, 그 책과 밑줄은 살아있는 사람처럼, 두고 두고 말을 해 줍니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밑줄을 그어가며 책을 읽는 건 그 책이 자기 것일 때나 그러는 거지, 여러 사람이 같이 보는 도서관의 책을 그렇게 다루면 안 된다. 일단 자신의 책이 아닌 것을 자기 것인 마냥 함부로(라고 쓰고 무단으로 라고 읽는다) 다뤄서는 안 될 뿐더러, 다른 사람이 그 책을 읽을 때 자연스레 밑줄을 친 부분에 관심이 분산되어 눈의 흐름이 끊겨 독서에 방해가 된다. 아무리 그 부분이 글의 맥을 짚는 중요한 부분이어도 마찬가지다. 자신은 책을 읽으며 지적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었겠지만 그 뒤로 그 책을 읽는 사람은 자신의 힘으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남이 떠먹여주는 밥을 먹어야 한다.

누구를 위하여 밑줄을 긋나 묻지 말아야 하나? -_-


내가 빌린 에코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묻지 맙시다'는 심해도 너무 심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죄다 이런 식이었다. (왜, 아예 밑줄로 도배를 하지 그랬어?) 몇 장 넘겨보고 너무 짜증이 나서 사물함에 처박았다가;;;, 반납 날짜가 다가와서 오만군데 출몰하는 밑줄의 습격을 하나 하나 피해가며 읽고 있다.

당신 책 아니라고 이렇게 막 줄 긋고 노트까지 해댔수? 내가 이런 말 할 자격은 없지만 제발 남들도 좀 배려해 가면서 사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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