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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푸그님이 트위터에 올렸던 어느 사이트의 멋진 캡처 화면. 어떤 감투를 쓰려고 출마한 건지도 잘 알아챌 수 없는 정체불명 현수막이 덕지덕지 붙은 흉물스런 광경이 온라인 세상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_-;;;

선거를 1주일 남겨놓고 내가 찍을 후보가 누구누구인지 알려주는 홍보물이 드디어 왔는데,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안 뜯어보고 그냥 잤지만, 굳이 그렇지 않아도 저 많은 현수막(혹은 배너광고(심지어 후보 얼굴이나 이름이 없는 배너도 있는데, 어차피 그런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훌륭한 반례라고 봐도 무방할듯 ㅡㅡㅋ))의 주인공이 어느 선거에 나온 무슨 후보인지도 갈피를 못 잡는 상황에서,

투표 해야죠. 그런데 누구한테? -o-

네 장씩 두 번 투표하면 되니 얼마나 쉽고 간단하냐며 꺄르르 웃는 선관위는 투표권이 있는 국민이라면 롤러스케이트 신고 아스팔트 위에서 쿼드러플 악셀 정도는 다들 뛰는 거 아니냐고 으쓱데는데, 아놔 눈감고 일렬로 주르륵 찍기야 누가 못하냐고요. 휴일에 집에서 하루 종일 과제와 발표 준비에 짭쪼름한 올리브 신세가 되어 있는데 5분 간격으로 하루 종일 울려 퍼지는 선거로고송에 떡실신 되는 것으로도 모자라 시장, 구청장, 시의원, 비례대표 시의원, 구의원, 비례대표 구의원, 교육감, 교육의원 이렇게 8번 도장(이거 뭐라고 해야 하나효 ~_~)을 찍어야 한다. 나라도 누굴 찍을지 다 못 외우겠다. ㅡ_ㅡ 교육감과 교육의원은 기호가 없이 이름만 죽 나열되어 있으니 더 그렇고 -ㅅ- X번만 주르르륵 찍으면 되는 거 아니냐는 할머니에게 첫 번째 4 장은 그게 아니라고 투표 절차와 요령을 설명해 주려고 해도 나부터가 안내지를 참조하지 않으면 헷갈릴 지경이니 -ㅅ-;;;
아니 다른 건 다 그렇다 치고, 교육의원은... 뭡니까? 이게 어떤 자리길래, 언제부터 투표로 뽑았다는 거임??? 아무런 배경 정보도 없고 기호도 없으니 이름만 보고 찍으라는 건가? +_+ 게다가 교육의원 선거는 우리나라에는 아주 상큼한 신개념 중선거구 제도 ㄷㄷㄷ 각 교육청 관할로 선거구역을 나눈 건가? -0- 그리고 주민 직선은 이번 한 번 뿐이라니 ㅡㅡ;;;

정대생으로서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자기세뇌신봉(ㅇㅇ?)하고 있었는데, 졸업하자마자 득달같이 선거 뭥미 -_-ㅋ 이렇게 돈낭비 인력낭비 자원낭비 해야 하나- 이러고 있다 oTL




- 민주주의가 뭡니까. 투표권을 가진 사람들이 주체의식을 가지고 선거에 참여해야지 가만히 앉아서 결과만 받아 먹으려고 하는 태도가 올바르다고 생각합니까? 생각이 깨이있는 유권자라면 누가 어떤 자리에 출마했는지, 각 후보의 공약과 정책이 뭔지, 경력과 목표, 성향이 어떤지 자기 스스로 알아 보고 표를 행사할 후보를 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각 가정에 배달되는 공보물 중에 특정 후보의 홍보물만 포함되지 않았는데 선관위가 모른 척 하는 일이 발생해도 자신의 의사를 결정하는 데 문제가 없지 않겠습니까?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 이름도 못 외워서 투표하는 그 순간까지 망설여서야 되겠어요?
- 어허. 이 사람이 큰일 날 소릴. 주체라니. 단어 하나라도 잘못 썼다가 쥐도 모르게(?) 블라인드 처리 당하는 수가 있어요.
- 여긴 서버가 캘리포니아에 있는 업체인데요? 제 주민등록번호가 알려질 일도 없고요.
- 당신 이름이며 현재 근무지 다 까발려 놓고 무슨 소리야.

이쯤해서 돌아보면 유익한 더글러스 애덤스의 명언



334억 들인 선거에 투표율은 무려 15.4%, 강남과 서초에서 큰 지지를 받은 1번 후보가 가까스로 당선!

아침에 투표하러 가는데, 투표참관인원과 도우미들이 방에 가득한데 투표하러 오는 사람들은 없다. 투표하는 데 1분도 채 안 걸렸다.
아 무리 휴가철에 평일에 후보가 누군지도 모른다고 해도- 조금이라도 이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책임의식이 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는 없는데. 아직 우리나라 국민들은 덜 깨어있는 건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고 외쳤던 수많은 사람들은 그게 무슨 뜻인지는 알고 노래 부른 걸까?
이런 나라에서 국회의원이며 지방자치단체의원이며 교육감이며 비싼 예산 들여가며 직접 선거를 할 필요가 과연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7월 30일에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있지만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꼬라지가 없는 시점에서 처음 실시하는 교육감 선거는 차마 안경에 묻은 과자 부스러기를 닦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철두철미하게 사람들의 따뜻한 무시를 받고 있다.
그나마 선거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각 후보들의 현수막마저 마치 대선때부터 걸려있던 것처럼 주위 환경과 철저히 동화되어 있는지 없는지 머리털을 쭈뼛 곤두세우지 않고는 도저히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위장술을 갖추고 있는데...

현수막에 써 넣은 문구도 뇌가 우울증에 걸려 스스로 뉴런을 끊어버리고 자살할만큼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아이들의 미래만 생각하겠습니다.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사교육비 절감
어머니 힘드시죠?

투표권을 가진 시민들의 기분이 너무 우울해져서 이런 멍청한 선거따위에 신경을 쓰지 않겠다고 갸르릉대며 점심을 먹은 뒤 하려고 미뤄놓은 백만스물한가지 자질구레한 일 리스트에 '투표하러 가기'가 백만스물두번째로 올라가는걸 보다 못한 전 월간 조선 대표 갑제씨는 급기야 사람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 "이번 선거는 5지선다형"이라며 파리가 앞다리 한 쌍을 청결하게 유지하듯 바락바락 노력했고 수표로 접은 종이비행기를 수박씨 뱉어내듯 마구 뿌려대 서울시의회를 장악한 딴나라당은 종군위안부 할머니를 잿더미가 된 숭례문 기왓장 조각 정도로 여기는 나경원 서울시 중구 국회의원을 앞세워 교육과 정치를 퓨전시켜 모든 선거를 다 쓸어담아 그랜드슬램을 이뤄내고 싶다는 음산하고 비열한 야심을 방글방글거리며 노닥거렸다.

여기에 자극을 받은 여론 조사 1위와 2위 후보는, 여기서 1위와 2위는 서로 뒤바뀌기도 하는데, 물론 그것은 고작 500명도 안되는 모집단으로 조사한 통계치이기 때문에 수박을 갈아서 싸구려 컵에 담은 뒤 딸기주스라고 우기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기는 하지만, 320억짜리 선거에 투표율이 명바기 지지율보다 더 낮게 나올까봐 전전긍긍하는 처지에 이런 걸 따지고 있는 건 우습기 때문에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자면, 어쨌거나 두 후보는 아줌마들이 열광하는 아침 일일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자극적 문구를 동원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구걸하고 나섰다.

현 서울시 교육감인 1번 후보는 이런 현수막을 걸었다.

전교조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마치 대선때 자신과 같은 번호였던 정동영의 전략을 보는 듯 하다. 나를 뽑아라!가 아니라 누구는 안 된다!로 밀고 나가는 식인데, 공씨 당신 말대로라면 6번 말고 나머지 중 하나를 찍으라는 거니까 당신한테는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잖아? ㅎ

6번 후보는 이렇게 맞섰다.

이명박 타도!

물론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하게 균형잡힌 후보도 있기 마련이다.

이명박 OUT! 전교조 NO!


이게 교육감 선거인지 인류를 이끌 무시무시한 도마뱀을 뽑는 선거인지 우주 최악의 옷 못 입는 사람을 뽑는 선거인지 츠키야마 아키히로 상의 머리를 걷어찰 수 있는 지저분한 행운의 주인공을 뽑는 선거인지 행성만한 크기의 두뇌를 가진 로봇이 아니고서야 알 수가 없다.



교육감선거


이 모든 머저리같은 헛소리에도 아랑곳하지 말고 다음 주 수요일에 어디 가서 뭘 하건 집에서 나오는 길에 잠깐 들러서 투표는 꼭 하길 바란다. 투표소는 어디냐면 그러니까, 자기 동네의 지반이 침하되었거나 뱃가죽을 아무렇게나 이어붙인 두꺼비가 땅 속에서 튀어나왔거나 돌고래가 꼬리로 훌라후프를 냅다 던져버리고 수족관을 뛰쳐나간 경우가 아니라면,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했던 곳에 꼼짝 않고 있을, 있었을, 앞으로 있는, 뭐 여하튼 어떤 시제를 막론하고 그 곳에 잠깐 들르면 된다.
블런델-고스초크 모델



그럼 내 결과는...?





이 결과에 따라 저는 13번 정당을 지지하겠습니다. (ㅇㅇ?)



해 보기 : http://www.pncreport.com/series/poll.html?lm=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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